부끄러운 이야기
“야! 이 산세베리아 내가 보내준 거 맞지? 이 녀석도 죽어가네. 어이구.”
지금 저의 책상 위에서 자기 자리를 잡고 있는 산세베리아를 볼 때면 종종 8년 전 가을, 저의 사무실에 놀러 왔던 친구의 안타까운 외침이 들려오는 듯합니다.
제가 얼마나 식물망손이었으면, 꿋꿋함과 튼튼함을 상징하는 산세베리아, 식집사의 무관심 속에서도 혼자서 잘 자라란다는 대표 선수 산세베리아를 한 해에, 그것도 3명을 아주 먼 나라로 보낸 장본인입니다.
“산세베리아들아 정말 미안해.”
산세베리아 3명과 헤어지고 난 후, 꽤 오랫동안 식물 근처에도 가지 않았답니다. 저랑 녹색 친구들이랑은 인연이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도 살아 있는 그린 컬러를 너무 좋아하다보니 간혹 저의 망손을 잊고서 녹색이 들을 멍하니 바라볼 때가 있었죠.
그러면 절 지켜보던 베테랑 식집사님께서 “하나 드릴 테니깐 키워보세요”라고 말을 꺼냅니다. 저는 손사래를 칩니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전 산세베리아마저 키우지 못했던 망손이랍니다. 그냥 보는 것만으로 만족할게요.”
그렇게 식멍만 하던 저에게 저의 실체를 제대로 알지 못하시던 식집사님 한 분이 봄을 맞이해 본인이 키우시던 식물 친구를 선물로 보내신 것입니다.
그 친구의 이름은 ‘홍콩 야자’였습니다. 영어 이름은 Schefflera arboricola이지요. 저는 이 아이를 ‘홍야’라고 부릅니다. 이 녀석을 키우시던 분의 집에 새끼 강아지 한 마리가 입양되면서 강아지에게는 홍콩 야자가 좋지 않다고 하여 저에게 보내신 것입니다. 참고로 홍콩 야자를 키우려는 식집사님들께 알려드립니다. 홍콩 야자는 약간의 독성이 있습니다. 반려 동물이 가까지 하지 않도록 위치를 잘 잡아 주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런 이유로 망손이 저에게 다시 식물 키우는 기회가 주어졌답니다. 그때부터 다시는 산세베리아를 죽지 않으려고, 나쁜 식집사가 되지 않으려고, 조금씩 식물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잘 키우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으면서, 도서관에 가서 식물 키우기 관련 도서들을 꾸준하게 빌려보았습니다.
홍야가 저에게 왔을 때에는 아담한 크기였는데요. 지금은 제법 커서 책상 위에 놓기엔 부담스러워졌습니다. 망손 탈출!
이제 홍야의 가지를 치고 물꽂이를 해서 책상 위에 올려둘 사이즈를 하나 만들어 볼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홍야 주니어가 생기는 셈입니다.
오늘은 제가 얼마나 엄청난 식물망손임을 깨닫게 해 준 산세베리아와 저에게 식집사의 길로 걸음을 내디딜 수 있도록 힘을 주었던 홍콩 야자 키우기에 대해서 간단하게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산세베리아
햇빛이 적당히 있는 곳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햇빛이 없는 곳에서도 잘 자랍니다. 그런데도 저는 산세베리아를 떠나보냈지 뭡니까. 여하튼 산세베리아는 반음지와 음지에서도 잘 자라는 생명력 강한 친구입니다.
물은 정말 가끔 주면 됩니다. 2개월에서 3개월이 되어갈 즈음, 겉흙도 속흙도 바싹 말랐을 때, 물을 조금만 주면 됩니다. 화분의 크기에 따라 좀 다르겠지만, 머그컵으로 한두 컵 정도 주어도 나쁘지 않습니다. 과습을 너무너무 싫어합니다. 특히 어린 산세베리아는 더욱 물 주기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어린 친구들은 뿌리를 아직 제대로 내리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에게는 3개월 한 번 정도 머그컵 한 컵도 많을 수 있습니다. 조금만 주시면 됩니다. 여름휴가로 한 달 이상 집을 비워야 하는 경우에도 여행가지 전 물 한 컵 주시고 반음지에 두시고 떠나시면 됩니다.
물빠짐이 좋아야 하니 배양토와 마사토를 1:1 비율로 해서 화분의 흙을 구성하시면 좋습니다. 그리고 공기 유통이 잘 되는 곳을 좋아합니다. 단 겨울철 찬바람은 싫어합니다. 과습은 NO!
적정온도는 15~30도인데, 따뜻한 온도에서 성장 속도가 빠릅니다. 추운 겨울에는 방 안에서 키우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홍콩 야자
햇빛은 반음지가 좋습니다. 빛이 없는 곳에서도 잘 자라지만, 밝은 그늘에서 더 잘 자란답니다. 직접 빛을 받으면 잎 끝이 까맣게 탈 수도 있습니다. 간접 채광을 받으면 좋아합니다. 빛이 없는 식물에서 충분히 키우실 수 있어요. 이 때는 식물 성장용 LED 등을 하나 설치하시면 도움이 됩니다.
물을 주실 때에는 겉흙이 바싹 말랐을 때, 주시는 것이 좋답니다. 물은 한번 많이 주는 것보다 천천히 주시고 물받침에 물이 찰 때까지 충분히 주세요. 흙 전체가 물기를 듬뿍 머금고 있을 수 있도록 해주시면 홍야가 좋아합니다. 물 받침대에 물이 차면 곧장 버려주시고 뿌리 쪽에 과습이 되지 않도록 해주세요.
물빠짐이 잘 되도록 배양토와 마사토의 비율을 2:1 정도로 구성해 주시면 좋습니다. 처음 화원에서 홍콩 야자를 데려오셨다면, 1~2년 동안은 별다른 비료를 주시지 않아도 됩니다. 비료를 많이 주는 것도 식물에게는 좋지 않답니다.
홍콩 야자는 성장 속도가 빠른 편이기 때문에 작은 화분인 경우는 1년이 지나면 분갈이를 해야 할 것입니다. 키우시면서 나무 아래쪽에서 자라는 가지는 잘라주시면서 키우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홍야도 추위에 약한 친구입니다. 적정 온도는 21~25도입니다. 추운 겨울에는 방 안에서 함께 생활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가지치기 한 가지들을 물꽂이를 해 보세요. 2개월 정도면 뿌리를 내려줍니다. 작은 화분에 옮겨 심어서 미니미니한 사이즈 키워보는 재미도 쏠쏠 합니다.
지금까지 초보 식집사 바비다비다의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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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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